[008]
드러그스토어
나는 홀로그램, 원본 없는 실재다. 소파에 앉아 매스미디어로 전쟁을 바라본다. 집 창고에는 안 입는 옷과 통조림이 가득하다. 티브이와 핸드폰, 갖은 물건들로 건물을 지어 올리고 그 안에 갇힌 편안한 죄수이다.
나는 오늘 4번 복제되었다. 지금까지 가상에서 복제된 나는 총 몇 명일까? 우리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모두 부모 없는 떠돌이다. 화면의 잔상 같은 거. 그들은 나를 표방하지 않는다. 나를 조금 더 흐리게 만들 뿐이다.
오늘도 산더미 같은 상품들에 둘러싸여 길을 잃는다. 알록달록하다. 크고 또 작다. 생산과정은 기묘하게 은폐되었고 무언가를 입증하려고 반듯하게 진열되어 있다. 이 물건들의 군집은 기묘하게 움직이고, 또 불현듯 사라진다. 귀신같다. 나는 절대로 쇼윈도 뒤에 서있기는 싫다. 그러나 나는 매입되었고, 또 매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