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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010 2026.08.15

인과관계는 나중에 붙는 이름이다

좋은 이야기에 빠져들 때, 나는 늘 그게 인과관계가 명확해서라고 생각했다. 이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저 사건이 일어났고, 그 흐름이 납득 가능해서 계속 읽게 된다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순서가 바뀐 것 같다. 몰입은 설명이 완성된 뒤에 오는 게 아니라, 뭔가 먼저 통하고 난 다음에야 설명이 따라붙는 건 아닐까.

두 개의 전혀 다른 장면을 나란히 놓아본다. 처음엔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통로가 열리고, 그제야 나는 그걸 복선이었다고 이름 붙인다. 통로가 먼저고, 인과관계라는 말은 그다음이다.

그렇다면 친절하게 설명하는 문장을 조금 줄여도 되지 않을까. 설명이 없어도 통로는 이미 거기 있을 테니까. 독자가 그 통로를 스스로 지나가고 나서, 그것을 자기만의 언어로 다시 이름 붙이게 두는 편이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