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는 일에는 "이 등산이 괜찮은가"라는 질문이 붙지 않는다. 이제야 알겠다. 만드는 행위는 그 자체로 평가받을 대상을 생산한다. 그러니 창작에서는 개입할수록 개입의 비용이 커진다. 개입이 스스로를 무겁게 만드는 구조다. 여기서 "계속 만들어라"는 처방은 절반짜리다. 차단 장치가 없으면 개입은 알아서 멈춘다.
글은 이미 그 장치를 갖고 있었다. 제로드래프트는 애초에 다듬지 않는 글이라고 규정해둔 구역이다. 그래서 매일 써진다. 반면 그림은 몇 달째 "도구가 아직 안 됐다"는 이유로 미뤄져 있었는데, 도구는 진작에 넘치게 완성돼 있었다. 없던 건 도구가 아니라 면제 구역이었다.
오늘 그림 한 장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