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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005 2026.07.31

같은 시스템을 두 번 세우다

두 기록을 나란히 놓기 전까지는 그냥 비슷한 시기에 쓴 비슷한 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트·레이아웃·멜로디·아웃풋이라는 같은 블록 이름이 5주라는 시차를 두고 그대로 재등장하는 걸 보면, 이건 닮은 두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 무너졌다가 다시 세워지는 장면 두 컷이다.

흥미로운 건 내가 무너진 원인을 꽤 정확하게 짚었다는 점이다. 참을성과 끈기 부족을 그냥 감정 문제로 두지 않고, "장기보상회로"라는 회로 단위의 문제로 다시 설명했다. 시스템이 무너진 이유를 시스템의 언어로 진단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 진단이 시스템을 오래 버티게 해주진 못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무너지지 않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무너진 걸 알아채고 다시 세우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게 진짜 실력일지도 모른다. 2020년의 나와 2021년의 나 사이에는 5주가 걸렸다. 2026년의 나는 그 간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 아니면 애초에 간격을 줄이는 게 아니라, 무너지고 다시 세우는 이 반복 자체를 시스템의 정상 작동으로 받아들이는 쪽이 맞는 걸까.